미식 이상의 기품,
궁중과 반가의 계절 음식
미각의 만족을 넘어 음식의 전통과 인문학적 해석을 경험하다
규반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각의 만족을 넘어 음식의 전통과
인문학적 해석까지 폭넓게 제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식탁에 앉아 조리법이나
식재료로만 이해하던 음식의 영역이 셰프의 솜씨와 안목에 따라
역사와 문화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흥미롭고 귀한 경험이 아닐까요?
궁중 음식은 재료의 선정부터가 중요하다. 새조개와 비금도 섬초, 알주꾸미와 냉이, 간재미와 돌미나리 등 규반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조선시대 임금께 진상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각 지방의 특산품을 선정한다. 지금은 옛 시절과 기후가 많이 달라져 조선의 진상 기록대로 그 지방에서 특산물을 올릴 수는 없지만 최대한 기록에 맞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와 명인, 장인들의 재료를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궁중 음식에 대한 고증과 연구를 거쳐 재현하는 과정에서 사라졌거나 잊혀가는 우리 식재료와 옛 조리법을 찾아내고 이어가기 위한 것이다. 모든 식재료는 당일 배송과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미리 손질해놓지 않으며, 냉동 보관도 허용하지 않는다.
상차림은 매년 주제를 정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차례 바뀐다. 절기마다 그 구성 요소를 풀어 헤쳐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메뉴를 정하기도 하고, 의궤의 연회 상차림 진행 순서를 접목하기도 한다. 연산 오계連鷄, 노성 참게魯蟹, 제주 감자柑子, 장단 인삼人蔘 등 각 지방 진상품을 기준으로 제철 특산품을 풍성하게 활용하거나 고서를 한 권씩 정해 옛 음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규반의 매니저는 한복을 입는다.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전하는 모든 과정에서도 우리 전통을 드러내며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로 꼽히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우주 만물을 이루는 오행五行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에 맞춰 정중한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한 차림이다. 음식을 올릴 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한자 메뉴와 음식의 역사, 식재료의 산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데, 귀한 자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한다. 24절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상차림의 주제, 식재료의 의미와 가치까지 진중하게 보태며, 음식과 술 혹은 음료와의 절묘한 페어링도 추천하고 있다.
우리 궁중 음식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음양오행에 맞춰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궁궐과 사대부에서 깍듯이 지켜야 했던 상차림의 법도를 만날 수 있 다는 것이다. 규반에서는 음식의 맛은 기본이고, 재료의 특성과 조리법의 전통, 음식의 법도에 담긴 품위와 숨은 의미까지 모든 면면이 낯설고도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온다.
계절의 여왕,
봄이 선사하는 다양한
식재료로 향기와 정취를
느끼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 — 초목이 싹트는 우수 — 겨울잠을 깨우는 경칩 — 낮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 날씨가 맑은 청명 — 봄비가 내려서 백곡이 윤택해지는 곡우
싱그럽고 상큼한 식재료로
입안 가득 퍼지는
여름의 맛에 취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 소만 — 씨 뿌리는 망종 — 낮이 가장 긴 하지 — 여름 더위의 시작 소서 —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대서
하늘은 높고
오곡이 무르익으며
말이 살찌는 풍요로운
가을의 기운을 불어넣다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 — 일교차가 커지는 처서 — 흰 이슬이 맺히는 백로 — 밤이 길어지는 추분 — 찬 이슬이 서리로 변하는 한로 —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겨울의 맛을
만끽하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 —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 — 큰 눈이 오는 대설 — 밤이 가장 긴 동지 — 가장 추운 때인 소한 — 겨울 큰 추위인 대한